비 맞는 나무
김재진
비 맞는 나무
우산도 없이 맨몸으로
비 맞는 나무는 비 맞는 나무다.
온종일 줄줄 흘러내리는
천상의 눈물을 온몸으로 감수하는
비 맞는 나무는 인내하는 나무다
모든 것 다 묭서하신 어머니같이
비 맞는 나무는 다 받아들이는 나무다.
온통 빗속을 뚫고 다녀도
날개에 물방을 하나 안 묻히는 바람처럼
젖어도 나무는 젖지 않는다.
세속의 번뇌 온몸으로 씻어내며
묵묵히 경행하는 수행자처럼
맨발로 젖은 땅 디디고 서 있는
비 맞는 나무는 비 안 맞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