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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닮음

향수

동행 1903

4
임화

향수 

 

 

/임화


고향은

이제 먼 반도에

뿌리치듯

버리고 나와,


기억마저

희미하고,

옛날은

생각할수록

쓰라리다만,


아아! 지금은 오월

한창때다.


종달새들이

팔매친 돌처럼

곧장

달아 올라가고,

이슬 방울들이

조으는,


초록빛 밀밭 위,

어루만지듯

미풍이 불면,

햇발들은

花粉처럼 흩어져.


두 손은 벌려,

호랑나비를 쫓던

또랑가의 꿈이,

아직도

어항 속에

붕어처럼

맑다만.


지금은 오월

한창때


소낙비가 지나간

도회의 포두 위

한줌 물 속에,


아아! 나는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며,

허위대듯

잊기 어려운

나비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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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행 글쓴이 2008.10.28. 21:46
임화는 시인으로 출발해 혁명가로 살다가
나중에 다시 시인으로 되돌아왔고,
바로 그 때문에 처형당했다고 보는 것이 국문학계의 통설입니다.
임화는 자신이 쓴 한 편의 시로 인해
북한 당국에 처형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입니다.
그 시의 제목은 〈너 어느곳에 있느냐〉(1951년)였습니다.

'아직도/ 이마를 가려/ 귀밑머리 땋기/ 수집어 얼굴을 붉히던/
너는 지금 이/ 바람 찬 눈보라 속에/ 무엇을 생각하며/ 어느곳에 있느냐//
머리가 절반 흰/ 아버지를 생각하며/ 바람 부는 산정에 있느냐/
가슴이 종이처럼 얇아/ 항상 마음 아프던/ 엄마를 생각하며/ 해저무는 들길에 서 있느냐…'

낙동강 전선에서 인민군이 패퇴하자
임화는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난 딸을
남쪽에 두고 떠났다고 합니다.
이 시에서 임화는 반백의 시인으로서
애절하게 딸을 찾는 아비의 절규를 들려줍니다.
혁명가 임화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이 시로 인해 그는 반동으로 몰립니다.
'가슴을 조리며 애처러이 전선에 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형상을 그림으로써
영웅적 투쟁에 궐기한 우리 후방 인민들을 모욕하고
그들에게 패배주의적 감정과
투항주의 사상을 설교하였으며…'(북한의 《조선문학통사》(1959)

임화의 문학과 생애를 깊이 연구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는 "임화의 실수랄까 비극적 운명은 그가 시인으로 환원한 곳에 있었던 것"이라며 "그는 시인이었던 것이다. 누가 시인을 단죄할 수 있으랴"라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임화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비로소 온전하게 시인으로서, 문인으로서 객관적으로 재평가 받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요. '임화는 모국어에 기여한 것이 없는 시인'이란 비판(평론가 유종호)도 나오고 말입니다. 그러해서 임화는 '남과 북에서 모두 잊혀진 시인'이 아니라 이제 '북에서만 잊혀진 시인'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 박해현 기자의 컬처 메일.조선일보,2008.10.20

임화의 문학과 생애를 깊이 연구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는
"임화의 실수랄까 비극적 운명은 그가 시인으로 환원한 곳에 있었던 것"이라며
"그는 시인이었던 것이다. 누가 시인을 단죄할 수 있으랴"라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임화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비로소 온전하게 시인으로서,
문인으로서 객관적으로 재평가 받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요. '
임화는 모국어에 기여한 것이 없는 시인'이란 비판(평론가 유종호)도 나오고 말입니다.
그러해서 임화는 '남과 북에서 모두 잊혀진 시인'이 아니라
이제 '북에서만 잊혀진 시인'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 박해현 기자의 컬처 메일.조선일보,2008.10.20




은하수 2008.10.31. 00:31
시인 임화 잊혀지기보다
조국 비극속에 희생양,,,

너 어느곳에 있느냐
바람부는 산정에 있느냐
해저무는 들길에 서 있느냐

동행님 !
잊혀져가는 문인의 시 ..
감사합니다...^^*고운밤 되세요




Ador 2008.11.06. 13:35
동행님 덕택에, 오늘
시인, 혁명가, 시인으로 살다간
임화라는 낯선 이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올바른 평가로
가슴에 살으는 시인으로 태어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맘.....

자료와 올리신 수고에 감사합니다.

오두막집 2008.11.10. 20:56
"네거리의 순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족간의 비극이 빚은 시인의 삶을 다시보게 되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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