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옛날의 그 집

우먼 3898

1
박경리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공유
1
은하수 2009.02.08. 00:28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꽃밭이 늘 즐거움의 놀이터였죠

우먼님!
고맙습니다...주말 행복하세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72034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2578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76602 +73
103 기타
normal
은하수 09.06.03.00:54 2579 +18
102 기타
normal
동행 09.04.25.07:50 2138 +22
101 기타
normal
아미소 09.04.22.12:13 2006 +22
100 기타
normal
동행 09.04.19.06:44 4079 +27
99 기타
normal
동행 09.04.16.01:03 3955 +27
98 기타
normal
동행 09.04.05.22:56 1832 +21
97 기타
normal
장길산 09.04.01.10:31 1994 +23
96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3 3868 +42
95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0 4075 +32
94 기타
normal
보리피리 09.03.20.15:59 1948 +21
93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9 2341 +11
92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4 2089 +11
91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0 1518 +15
90 기타
normal
동행 09.03.04.09:07 1453 +15
89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23 1999 +14
88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18 1514 +15
87 기타
normal
동행 09.02.15.20:32 2292 +14
86 기타
normal
동행 09.02.15.18:51 2108 +13
기타
normal
우먼 09.01.27.19:49 3898 +27
84 기타
normal
2
동행 09.01.27.00:27 175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