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기타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동행 2213

0
민구

오늘은 달이 다 닳고

 

 

/ 민구



나무 그늘에도 뼈가 있다


그늘에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나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벌어지는 구멍을 피해 앉아본다


수족이 시린 저 앞산 느티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건 오랫동안 곤줄박이의 몫이었다


곤줄박이는 나무의 가는 모근을 모아서 집을 짓는다


눈이 선한 저 새들에게도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연장이 있다 얼마 전 죽은 곤줄박이에

떼 지어 모인 개미들이 그것을 수거해가는 걸 본 적이 있다

일과를 마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와서 달이 떠오를 무렵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데,


이때 달은 비누다


뿌리가 단단히 박혀서 번뇌만으로는 달에 못 미치는 나무의 머리통을 곤줄박이가 대신,

벅벅 긁어주는지, 나무 아래 하얀 달 거품이 흥건하다


오늘은 달이 다 닳고 잡히는 족족 손에서 빠져나가 저만치 걸렸나


우물에 가서 밤새 몸을 불리는 달을 봐라


여간 해서 불어나지 않는 욕망의 칼,


부릅뜨고 나를 노린다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공유
0
댓글 등록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번호 시인이름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오작교 기타 태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오작교 10.09.12.22:57 81337 0
공지 기타 이 방의 방장님은 동행님입니다. 6 오작교 08.10.05.21:25 78141 +62
공지 기타 이 게시판에 대하여 2 오작교 08.05.18.21:33 85377 +73
469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3 3924 +42
468 기타
normal
동행 09.03.26.23:10 4115 +32
467 희망
normal
동행 09.03.26.21:50 4556 +25
466 고독
normal
귀비 09.03.26.13:08 2662 +14
465 사랑
normal
귀비 09.03.25.23:40 1742 +16
464 애닮음
normal
은하수 09.03.25.03:42 1774 +13
463
normal
귀비 09.03.23.23:19 2799 +14
462 기타
normal
보리피리 09.03.20.15:59 2017 +21
461 고독
normal
귀비 09.03.18.23:39 2218 +16
460 애닮음
normal
귀비 09.03.17.23:01 2187 +11
459 고독
normal
귀비 09.03.11.23:20 1761 +16
458 희망
normal
은하수 09.03.11.11:45 1675 +21
457 사랑
normal
귀비 09.03.09.23:46 1671 +13
456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9 2433 +11
455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4 2160 +11
454 기타
normal
동행 09.03.09.08:10 1580 +15
453 기타
normal
동행 09.03.04.09:07 1511 +15
452 사랑
normal
우먼 09.02.26.15:04 2161 +16
451 사랑
normal
이흥수 09.02.24.17:07 2199 +12
기타
normal
동행 09.02.24.08:23 22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