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맆 피쉬

동행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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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덕

맆 피쉬

 

 

/ 양수덕

 

 

땡볕더위에 잎맥만 남은 이파리 하나

지하도 계단 바닥에 누워 있던 청년은

양말까지 신고 노르스름한 병색이었다

젊음이 더 이상 수작 피우지 않아서 좋아? 싫어?

스스로 묻다가 무거운 짐 원없이 내려놓았다

맆 피쉬라는 물고기는 물 속 바위에 낙엽처럼 매달려 산다

콘크리트 계단에 몸을 붙인 청년의

물살을 떨다 만 지느러미

뢴트겐에서 춤추던 가시, 가물가물

동전 몇 개 등록상표처럼 찍혀 있는 손바닥과

염주 감은 손목의

그림자만이 화끈거린다

채 풀지 못한 과제 놓아버린 손아귀

청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푸른 이마였던 그의

꿈이 요새에 갇혀서

해저로 달리는 환상열차

잎사귀인지 물고기인지를 한 땀 바느질한

지하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이들이

다리 하나 하늘에 걸칠 때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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