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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등

데보라 1951

5
시인이름 정철훈

♡ ♤  아버지의 등  ♤  ♡  


                   정철훈



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너머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숨을 죽이다
한참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삽십 년이나 지난 어느 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슬며시 홑청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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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명 2009.11.20. 23:10

데보라님 읽고 또읽고....

정독을 합니다.

맘이 시려 옵니다.

데보라 글쓴이 2009.11.21. 13:02
여명

저도 가슴이 저려 옵니다

미국생활 오래하다 보니

아버지 돌아가실때도 함께 못했던 마음 ...

눈물이 울컥합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그때 그일이 ....

한국에 있으면서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고이민현 2009.11.21. 11:21

데보라님의 글을 읽으며 기억도

가물 가물 해서 어느해 인가는

몰라도 5년전 돌아가신 아버님과

유성 온천에 갔던 생각이 떠올라

몇자 적어 보렵니다.

아마도 15년 전후인듯 한데 유성

온천에서 같이 목욕을 하며 욕실

바닥에 뉘이시고 몸을 닦아 드렸더니

욕객들의 시선이 마구 쏟아지고

한 노파는 누구냐고 물으시며 빙긋이

웃으시더군요.

하신 말씀은 쑥스러워서 생략 합니다.

노인이 노인의 때를 밀어 드리니까

마음이 흡족 했던가 봐요.

96세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앙상한

전신을 보고 닦아 드린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줄이야.........

 

데보라 글쓴이 2009.11.21. 13:06
고이민현

그러셨군요..그당시 마음이 뿌듯하셨겠어요

불현듯 가끔 생각나시겠지요

 

저도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시는 것도 보지 못했던 불효의 딸이였지요

 

아버지께서 큰딸이라며 저를 어릴때 뷰터

무척 이뻐 하셨다고 합니다..어머니 말씀이~

 

지금은 떠나고 안계시지만 기억이 새롭습니다

 

바람과해 2009.11.27. 17:26

아버지의 등

글을 보니 잊고 있었든

아버지 돌아가실때 생각이나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납니다..

생전에 못한 효도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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