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누님
시인이름 | 김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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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먹 재처럼 사그라져
먼데 보고 있으면
누님, 무엇이 보이는가요.
아무도 없는데요.
달려나가 사방으로 소리쳐 봐도
사금파리 끝에 하얗게 까무라치는
늦가을 햇살 뿐
주인 잃은 지게만
마당 끝에 모로 자빠졌는데요.
아아, 시렁에 얹힌 메주 덩어리처럼
올망졸망 아이들은 천하게 자라
삐져나온 종아리 맨살이
차라리 눈부신데요.
현기증처럼 세상 노랗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세상을
손톱이 자빠지게 할퀴어 잡고 버텨와
한 소리 비명으로
마루 끝에 주저앉은 누님,
늦가을 스산한 해거름이네요.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떠나 소식 없고
부뚜막엔 엎어진 빈 밥주발
헐어진 토담 위로는 오갈든 가난의
호박 넝쿨만 말라붙어 있는데요.
삽짝 너머 저 빈들 끝으로
누님,
무엇이 참말 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