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정유준


살구나무는 간지럽다. 세월의 더께, 무딘 껍질을 기어오르는 노린재 더듬이에도
나풀거리는 배추나비 날개짓에도 몸을 뒤틀고 싶다. 혼곤히 갈라지는 햇살 사이로
곤두박질치고 싶다. 늙은 수양버들은 쿨렁거리고 까치는 식욕을 돋구고 우체부가
지나가는 한낮이 반짝거린다. 개미들이 발목을 스멀거리는 아우성의 봄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살구나무 꽃불을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