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초저녁부터 이곳 춘향골에도 이번 겨울 두번째의 눈이 내려 오늘
아침엔 하얀 세상을 맞았답니다. 역시 겨울에는 눈이 내려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엔 사무실에 출근하여 대빗자루로 1년여만에 눈을 쓸었습니다. 빗자루로 눈을 쓸 때의 싹 - 싹 - 하고 나는 소리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와 같이 자던 사랑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을 때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눈을 쓸 때 그 소리를 듣고 신선한 아침을 느꼈고, 또 그 소리를 들으면 부지런한 사람들이 내는 소리, 그리고 새롭고 깨끗한 시작의 소리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좀더 커서는 눈이 많이 쌓인 날 저의 집 골목 입구 큰길까지 눈 가래로 밀어 길을 터놓을 때도 많았고 저의 집
에서 옆집 중간지점 좀더 지난 곳까지는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눈을 쓰는 것은 보통 일상적인 일로 하였답니다. 소


리선배의 집은 저의 집에서 한집 띄우고 골목 안쪽에 소리 선배의 집이 있었는데 가운데 집은 대문 앞 골목길에 눈
을 치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길을 터놓고 했었답니다. 그때는 마을 사람들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모
두 다 그러셨지요.


여름에 골목에 나있는 풀을 뽑을 때도 그랬고, 가을에 감나무 등 낙엽이 골목에 떨어질 때도 누구네 집에서 어디까지 청소를 담당하라고 정하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청소하는 집에서 자기 집과 옆집의 중간 지점을 조금 더 넘은 위치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미덕이 있었지요.


어젯밤 눈이 내려 오늘 아침에 눈이 많이 쌓였지만 아직도 따뜻한 인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시골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옛날과 다름없이 마을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빗자루나 눈 가래를 이용하여 골목길은 물론 마을 앞길까지 틀림없이 눈을 치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큰 희생은 아니더라도 조그맣고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심전심 훈훈한 정이 많았던 그 시절, 그 옛날의 겨울날 따뜻한 사랑방의 아랫목이 그리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