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자유롭지/백창우


좋은 음악은 향기가 있지
금방 알 수 있어
황폐한 스무 살, 창 없는 방에 엎드려
날마다 가위 눌릴 때
나를 깨워준 건 바로 음악이었어
좋은 음악은 나를 돌아보게 해 주지
금방 느낄 수 있어
무엇을 봐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하나하나 일러주지
음악은 나에게 이르는 길이야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자유롭지
나를 둘러싼 모든 담장이 한순간 무너져내리고
그 사이로 길이 활짝 열리는 걸
막막한 어둠 속에 있을 때도 내가
푸른 하늘을 꿈꿀 수 있는 건
내 몸 어딘가에
내 마음 어딘가에
맑은 음악의 시냇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야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생의 비밀을 알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