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슬픔에게/김경훈


이별이 잊혀지는 것이라면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잎을 떠나보내고
찬바람 속에 외롭게 서 있던
저 나무를 보라
봄을 다시 만난 아픈 가지에
어느새 푸른 물이 올라
아가의 눈망울 같은 맑은 잎이 돋나니

슬픔이 슬픔으로 끝난다면
오늘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랑을 떠나보내고
외로움 속에 홀로 서서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사람아
울지마라 소리내어 울지마라
이별은 잊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슬픔은 눈물의 기억만으로 머물지 않으니

슬픈 네 가슴에
언젠가 기쁨의 새 순이 돋으니
봄날 저녁에 가슴을 열면
신선한 바람에 묻어온 그리움들이
가볍게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