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정동진에서/김예강


밤을 달려 정동진에 와 보면 안다
사람들은 섬이 되고 싶어
밤열차에 몸을 싣고
어둔 모래에 발을 댄다는 것을
모닥불 가 삼삼오오 새벽을 기다리는
늙은 고래가 부려놓은 너와 나
해변이 또 다른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내내 푸른 자맥질하며
바위섬에 생을 찰지게 갖다 붙였다 뗐다, 했다
모래알이 재잘거리며 바다의 아름다운
주름살 속으로 흘러들고 흘러나왔다
새들의 날갯짓이 유달리 엄숙해졌을 때까지
나는 방파제 끝에 한 없이 서서
붉은 섬이 내게로 오기를 기다렸다
수평선을 부리에 물고
붉은 섬 하나 날아 오르고
해변의 삶들도 부리마다 씨앗을 물고
새들처럼 해변을 뜬다
희망을 모종해가는 뒷모습이
새들처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