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사람이 유일하게 나를 칭찬하는 말 :
     "당신, 매일 아침 비누칠 하고 면도하는 것은 참 기특해. 우째 하루도 안빼먹고 하는지..."
 
그러고보니, 아침마다의 면도질이 벌써 26~7년 되어간다.
하도들 '전기면도기' 편하다기에 언젠가 거금을 주고(당시에) 신형 세이코 면도기를 사서 두어 달 써 봤었는데
아무래도 깔끔한 맛이 없는 듯 해서, 아침마다 얼굴에 비누칠 하고서 면도를 한다. 일회용 면도기로 ...
가끔씩은, 선친의 그 억쎘던 턱수염을 떠올리면서 (유난히 수염 가닥이 많으셨던듯...)
 
지금은 일회용 면도기도 두 날, 세 날 짜리에, 뒷부분에 테프론 테이프 코팅이 되어 있어서,
슥슥 밀어 나가는 감촉도 아주 좋고, 부드럽게 면도질이 된다.
일회용 면도기가 나오기 전에는, 손잡이 돌리면 칼 덮개가 꽃이 활짝 피어나듯 양쪽으로 벌어지고
거기에 양날 면도칼을 넣고 단단히 잠근 후에 면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칫 피를 보는 수도 있어서 
따끔거리는 턱으로 출근을 하게되는 아침도 있었다.
 
※ 면도 소요시간 은, 약 2~3분 : 가장 적당한 스토로크가 150~160번이라고 하던데 대충 그정도 되는 듯.
   다행히, 별로 가닥이 많지 않고, 턱밑에서 목까지에는 수염이 없어서 수월한 편이다.
   선친은 턱밑에서 목언저리까지도 털이 있어서 끙끙이시면서 하시곤 했다.


 
※ 왜 날마다 면도를 해야 하는가 ?
    70년대 말, (한,미 합작회사) 입사를 했는데 부장의 연세가 당시 48세.
    입사 후, 회식자리에서 '남에게 깨끗하게 보여서 손해볼 것은 없어. 매일 아침 5분만 투자하면
    남들도, 자기도 아주 상쾌하게 되는 것 있거든. 그게 뭘까?  답은 '면도하거야.
    그리고, 아예 천부적으로 풍성한 구렛나룻 있다면 그것을 단정하게 해서 자기의 심볼로 하면 그것도 좋겠지만
    이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아직은 그래서 안돼 - 당시는 직장에도 장발단속이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가 파르라니 막 깍은 면도자국에 매력을 더 느끼거던... 허허허허."


 
그런거구나 ! 싶어서 부지런히 부지런히 면도를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 부장님, 아마 지금은 멋이 있게 콧수염도 기르고 말끔하고 단정하게 지내시겠지.
시간이 흘러, 가끔씩은 남의 면도 여부를 은근히 체크하게도 되는 지금에도,
그,  '단정' 하다는 것에 대한 호감을 부정할 수 없다.
'헌 옷이라도 깨끗하게 빨아서, 잘 다려 입고 나가면 단정한 것이다.
굳이 새 옷이어야만 되는 것 아니다.'
중국총리의 10년 전 점퍼, 밑창 다 닳은 운동화가 회자되는데 나름대로 '단정'하게 했기때문일 것이다.   


 
※ 요 며칠의 휴가중,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3일을 마음먹고 면도를 하지 않았었다.
    (3일동안, 자유기상, 자유취침, 자유취식 하기로 합의 ! )


금요일 저녁무렵 까지는 그런데로 볼 만 하더니만, 토요일 저녁,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니~
이건 좀 , 뭣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무언가가 묵직하게 '덜' 한듯 하고 거울을 보니 맑게보이는 구석이 없다.
일요일 오후, TV를 보면서 삶은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 기어이 식구가 한마디 한다,


"거울좀 봐라, 거울,  삐죽삐죽한 터래기에 옥수수 찌끄레기 묻어서 참 가관이네.
 우째 사람이 이래 변하노. 똑 산적겉다, 산적.  쉬는날도 다른 사람 생각 좀 해서 면도는 해야지.
 당신, 오늘도 면도하기 싫어서 기원에도 안가고 집에서 용쓰고 있재..."


대답없이 뻗대다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  아하! 이건 아니야 싶다.
그래도 이왕 작심한 것 싶어서, 끝내 면도는 월요일 (오늘) 하기로 하고 돌아섰다.
거울속에, 칠칠맞게 보이는 사나이가 나를 배웅한다. 에그 지저분하기는... 하면서.
 
※ 월요일 아침 : 한 2 mm 가까이 자란 - 가지가 번, 턱에 상쾌하게 면도를 들이댄다.
    (다른 때 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상 싶다)
    "봐라, 저래 멀끔한 얼굴을 가지고, 어째 똑 산적두목겉이 사흘로 지내노, 에이구 ~ "
    부엌쪽에서 한마디 톡 튀어 나온다.


   "이 오빠야  괜찮어? 아직 쓸 만 하겠어?"
   "이제부터는, 일요일도 꼭 면도하기다. 안하믄 밥도 안줄끼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산뜻한 기분을 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잘보여서, 귀염받게 되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