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심청가

허영숙


논둑에 기지국처럼 박혀 있는 삽자루 곁에서
아버지 한 개비의 담배에 전원을 켜시네
그 곳에도 서리가 내렸느냐
제 몸을 긁어대는 둘째 놈의 아토피는 괜찮느냐고
걱정의 고랑을 일구는 궁금한 소식들,
담배연기를 타고 아날로그로 전송되고 있네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새참처럼 내 안부 받으시라고 보낸 손 전화기 한 대
비싼 몸값을 이유로 날마다 장롱 속에 모셔져 있네
먼 산꼭대기 송신탑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안부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동안
할부금의 횟수보다 더 짧게 닿았던 아버지는
저장순위 1번의 딸에게 늘 부재만 알리네
아버지
가끔은 내 목소리도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