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소나무 아래에 서서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열린 창문으로 누런 솔잎 하나 던지고 달아난다 
바람일까 
세월일까 
언제나 어머니 가슴으로 품어준 소나무.....
버짐 피었던 옛날에 아이는
발돋움한 제 키보다 더 굵은 소나무 아래서 
가을지나는 바람소리도 들었을까 

아이는, 그그제쯤 
그 소나무에 달린 불혹(不惑)을 따먹는 것 같았다 
그제는 엉겁결에
지천명(知天命)을 주워들고는 곤혹(困惑)에 고개젖혀 눈감고 있었는데
어제는
소나무에 기대어 잠깐 조는 사이에 나직이 놓고 갔다
거슬림 없이 세상을 들으라고  큰 귀(耳順)를..... 

이제는 
앞을 보지 말고 뒤를 돌아다 보며 살라 한다 
일찍 일어나
새벽부터 빗자루 들고나가 길을 쓸라 한다 
오고 가는 길 위에 버려진 모두를 쓸어 담으란다
꼬장꼬장한 훈장(訓長)의 밥그릇
역지사지(易地思之) 회초리는 꼭 담으라 한다

세상을 바르는(正) 저울이 되라 한다 
기울면, 다른 가슴이 아프다
기울면, 그늘이 진다
기울면, 마음도 이그러진다
늘, 거울에 비추라 한다 
위(爲)하는 마음엔 깊이 고마워해야하고
잊거나, 화(禍)로 갚으려는 마음엔, 회초리 열어 햇살을 들이라 한다  

낮 잠, 늘어지게 한숨 잔것 같은데
어느새 
아이는 자라, 지팡이 짚고 늙은 소나무 아래에 서 있다
눈감고 주마등(走馬燈)을 보고 있을까 
엣날에 불어간 바람소리를 듣고 있을까
소나무와 이마 맛대고 무슨 생각을 할까
소나무도 늙었다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늙은 소나무 위에도
지팡이 짚고 섰던 자리에도
그자리에 파묻은, 깊은 회한(悔恨) 위에도 
눈은 쌓이겠지.....
지팡이 마저 늙어버리면
아이는
소나무 아래에 지팡이와 묻혀 흙이 되고
다시 돋아나 
아이가 되고......


99100710.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