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신 전철역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