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신동엽(申東曄, 1930 - 1969)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