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