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기술 수준… 지구 밖으로 인공위성 배달 'OK'
[우주로 D-4]항우연, 국내기술로 KSLV-1 상단부 개발, 시연 성공
 ▲ 항우연 연구팀이 실험 준비를 위해 2단 추진기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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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우주인 배출을 4일 남겨둔 가운데, 우리나라 우주기술의 현 주소를 알수 있게 해 준 우주실험이 진행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 12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국산 로켓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의 상단부 개발을 완료하고, 3일 '최종 종합운용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시험장치를 최종 점검 중인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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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부족한 '추진체' 기술 일부를 보완하기 위해 러시아와 공동개발 형태로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 항우연 측의 설명이다.

KSLV는 총 2단으로 구성된다. 1단은 액체 로켓을 이용해 우주까지 로켓을 쏘아 올리는 부분이며, 2단이 인공위성을 싣고 필요한 위치까지 위성을 실어 나르게 된다. 관성항법유도시스템·전자탑재시스템·제어시스템·비행안전시스템·노즈페어링 등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핵심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실험은 실제 발사상황을 모사해 보기 위해 진행됐다. 국내 연구진이 맡은 실험 및 자세제어 능력, 인공위성 분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됐다. 또 발사 전 운용(PLO) 및 발사 이후 종합운용, 그리고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지 여부가 최종 확인됐다.

항우연은 또 이번 시험을 통해 고도 약 166km 지점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보호하고 있는 로켓 보호 덮개의 전개 여부, 고도 약 300km 지점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임무궤도에 투입하기 위한 2단 로켓의 점화 여부 등을 확인했다.

◆3초, 짧지만 중요한 시간… "5000억원이 오고간다"

실험 과정에서 화약이 일부 사용된다. 위험성 문제로 사람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 취재진을 비롯해 실험동 내부에 있던 사람들 모두에게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각종 데이터를 검사하고 검증에 들어가는데 1시간 이상이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실험이 이뤄졌다.

'텅~ '.

눈에 띄는 실험은 단 '3초' 만에 끝났다.

둔탁한 쇳소리 실험동 안에 가득 울려 퍼지나 싶더니 뾰족한 로켓 상단부(노즈 페어링)가 양쪽으로 입을 벌린다. 중앙에는 소형 인공위성 하나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로켓이 무중력 상태에서 방향과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분사하는 '압축공기'가 내는 소리이다. 시각확인을 돕기 위해 노즐마다 색색깔의 리본을 달아 두어 사방에서 천 조각이 넘실댄다.

언뜻 간단해 보일 수도 있는 작업. 그러나 실제 우주공간에서는 이 과정을 마쳐야만 인공위성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과정 없이는 애써 개발한 인공위성과 로켓이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5천억원 이상이 투입된 국가 우주개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장치가 우주 발사체(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실어나르는 로켓), KSLV의 상단 부분. 하단은 러시아와 공동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체로켓 등을 개발한 바 있으나, 액체로켓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주기술 선진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항우연 관계자는 "분명 우리나라 로켓기술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고,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점으로도 큰 소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사용되는 로켓의 상단부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일반 성인 키의 5배에 필적한다. 7.75m. 직경만도 2.25m에 달한다.

아래 쪽을 살펴보니 고체연료로 동작하는 추진장치가 부착돼 있다. 마지막 순간에 인공위성을 궤도까지 차 올리기 위한 추진 로켓이다. 흔히 '킥모터'라고 부른다.

▲점화장치 내부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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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단한(?) 작업에 달려든 연구원의 수는 40여명. 실험동 뒤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수십여명이 앉은 비좁은 콘트롤 룸.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의 조작 실수라도 있으면 실험 자체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위성발사체(KSLV-I) 상단부의 비행 시퀀스는 페어링 분리, 2단 추진 엔진 점화, 자세제어, 위성 분리, 비행 종료 등의 주요 비행 이벤트로 이뤄져 있다

오승협 항우연 우주발사체 사업단 추진기관체계그룹 팀장은 "오늘 실험의 의미는 발사체 기술 전반에 대한 과정 전체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실험이 이뤄진 만큼, 우리도 우주 발사체 기술 확보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항우연 측은 이날 실험에 대해 "상단부의 핵심 구성품들을 국내 자력으로 설계, 제작, 시험·평가 및 조립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우주발사체의 핵심기술들을 확보하게 됐다"며 "향후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직접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올해 12월 발사를 위해 'KSLV-I' 개발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9월경에 국내 개발한 상단부 비행모델을 나로우주센터로 이송하고 러시아에서 개발 중인 1단 비행모델은 10월경에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KSLV-1 2단형 발사체 로켓 규격

▲총중량(140톤 규모) ▲추진제 중량(130톤 규모) ▲총길이(약 33m) ▲직경(2.9m) ▲추력(170톤급) ▲총 연구·제작비(5000억원 이상)

▲실험실 뒤켠에 마련된 콘트롤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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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넷 전승민 기자> enhanced@hellodd.com
2008년 04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