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옛집 / 박주택


가을의 옛집 저 곳, 구부러진 발톱을 바라보며
스산하게 등을 기대던 가을의 번지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흙 틈에 끼어 쓰린 소리를 내며 부서지던 곳
청춘의 집이 그렇게 구부러져 있었으니
낮이 가고 밤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어쩔 것인가
누가 저 집의
누룩 슬던 방을 기억할 것인가

아직도 숨골에 오목하게 남아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연기로 피어 오르는
상처들의 누옥

나뭇가지가 스산하게 그리움을 부추겨 세우는
또 다른 가을의 땅에
아물지 못한 상처들만 모여 검은 잎사귀로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