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산 겨우살이

청하 권대욱

사자산 칼바람이 지나가도
말없이 바라만 보던 저 산록

참나무 기다란 가지는 보금자리
다만 푸른빛은 나의 것이 아님이니
그대 야위어 감에
내사
차마 부끄러운 속내야 감추고서라도
겨우내 푸름은 오직 그대의 상흔

능선길에서 굽어보니
지나는 얹힌 삶이 더 많더라
내사
묵연히 여기에 얹히어 살지만
그래도 속내는 산바람을 닮아
하 없이 맑단다

조릿대가 높이 쳐다보던
나의 창백한 하늘 닮은 빛
상고대 성기는 날에도
잠시 쉬어가는 바람의 아픔이란다.

*영월군 사자산 능선길의 겨우살이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