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섭 끝에 매달린 가을/이서윤


 



콧 등 시큰한 가을이
바람처럼 내 눈으로 들어와
까만 동공 주변 빙빙 돌다
눈꺼풀 가장자리에 앉았다


 


긴 속눈썹이 수런거리면
길 재촉하던 햇살은 발길 멈추고
딱딱하게 떨어지는 가을을
물끄러미 쳐다 보고


 


눈길 스치는 길가 마다
옹기종기 앉아 있는 코스모스는
가을이 툭툭 뱉어 놓는 무거운
한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동공속 한 귀퉁이 웅크려있던 추억은
잃어 버린 지난 시간 찾으려
앙칼진 바람으로 달려 나와
목이 쉬도록 슬픈 노래 부른다


 


아슬아슬한 곡예하듯
속눈썹 끝에 매달린 가을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