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오줌 누고 싶다/이규리


 



여섯 살 때 남자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셈 여림이 있고 박자가 있고 늘임표까지 있었다)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 보며 흉내 내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서서 오줌누기는
목내의를 다섯번 적시고,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 누기는 몸의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처럼 녹녹한 열등 스며있었을까
그 아득한 날의 타악기 소리는 지금도 간혹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듣지만
비는 오줌보다 따습지 않아 소리가 슬프다


 


서서 오줌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결코 아름다운 것 아님에도


 


서서 오줌누고 싶다
마지막 한방울의 우울까지 탈탈 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