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있는 집/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 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
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
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
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어듭니다 깊은
강물 같은 붓꽃, 내 입술에 가만히 닿아 나를 세상으로 불러
내던 첫 입술같이 서늘한 꽃, 붓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붓꽃을
받아듭니다
나, 그리고 당신.


 


 


 



-시집 "그래서 당신"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