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양전형


 



누군가의 가을 하나 스산히 굴러간다
언젠가는 실팍지던 상수리 닮은 사랑
이제 떨구어야 할 언어들이 아파온다
단풍이 마구 들기전에 그리운 사람아
희미하게 내려다보는 낮달이 수상하다
세상 밖으로 통하는 창틈 더 벌어지고


내 목숨 한줄기 슬며시 빠져 나간다
살점 속 세포들 차츰차츰 오그라들고
우화를 예감하듯 영혼이 바르르 떨린다
매달려 바둥대는 몸짓을 해야 할 때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자꾸 그리운 사람아
아름찬 이 구월에는 사랑밖에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