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원 박광호 야심한 시각 고요가 흐르는 공원 스쳐간 군상들의 뒷자리엔 공허만이 남고 수박등 불빛아래 비워진 벤치만이 외로이 졸고 있다. 한 낮 찾아와 시름을 잊고 애환을 달래던 마음들이 싸늘한 별빛으로 흐르고 한 여름 외등을 안고 돌며 부산히 사랑에 뒹굴던 밤의 주인 불나방도 살아져 간 가을밤의 정적 늦은 밤 간간 귀가하는 차들이 부릅뜬 헤드라이트로 수목을 치고 굉음을 싸며 달아나면 공원은 그 뒷모습을 애처로운 듯 바라본다 삶에 겨운 발길 잠시 멎어가라 손을 잡는 공원 어머니 품속 같은 그 침묵 속으로 이슬이 내리고 밤 깊어 찾아든 길손의 가슴엔 망향의 그림자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