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도를 섬이라 부르지 말라 / 조정권 시인들이 일손을 놓고 독도를 찾아온 것은 억조창생 때부터 한반도 동쪽 끝자락에 地心을 박아 놓고 홀홀단신 맨몸으로 우리 따을 지키러 나간 맨주먹의 섬 맨주먹의 사람이 쥐고 있는 뜨거운 깃발 그 뜨거운 돌을 함게 쥐기 위해서이다 독도는 억조창생 때부터 삭발한 채 지금도 단식 중이다 보아라 저 수천 수만겹의 상감청자빛 파도 뼛속에 새기며 풍화되어 가는 절벽과 용암들 저 고고한 절벽과 용암들이 수천, 수억만년을 서로 부둥켜안고 부축하며 단식하고 있는 현장 그 뜨거운 현장에 모두 다 동참하기 위해서이다 독도는 면벽 중이지만 아무도 면벽 중이라 말하지 않는다 단식 중이지만 아무도 단식 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제 독도를 섬이라 부르지 말라 독도는 억조창생 때부터 한반도 땅임을 증명하러 나간 맨 앞의 사람이다 영원불멸의 맨 앞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