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 산행후기

청하 권대욱

2006.2.25 토요일 맑음 기온 10여도

며칠동안 준비하였던 고대산으로 가는 날, 아침에 조금은 늦었지만 조반을 챙기곤 상협이와 둘이서 각각의 배낭을 매고 상봉전철역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 컵라면과 육포를 사서 배낭에 넣고 전철 7호선에 올랐다. 도봉산역에서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의정부역에 도착, 아슬 아슬하게 의정부역에서 10시20분에 출발하는 신탄리행 통일호 통근열차에 몸을 실었다.
십여초만 늦었어도 한 시간 뒤에 출발한다고 생각하니, 자리가 없어 서서가도 그게 어디냐고 싶었다.
이번 산행은 상협이의 시야도 넓혀줄겸하여 안보관광지 겸 등산길이 개방된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고대산으로 목표를 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아직은 경기도 북부쪽으로의 산행은 처음길이며, 또 욕심을 내어 정상에서 철원평야와 백마고지, 북녁을 자세히 바라보려고 망원경까지 준비하였던 길이다
아직은 낯설지만 창 밖으로 조망되는 낯선 경치들, 그리고 한탄강, 간혹 보이는 군부대, 높은 언덕과 산허리가 포대의 연습장인지 그런 인상을 주는 산야가 많이 보였다.
중무장한 차량들도 보이고, 이런것들을 보면서 이곳은 확실히 전방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이색적인 여행을 계속하였고, 중간 중간에 내리는 분들의 빈자리 덕분에 상협이와 같이 앉아서 여행 할 수 있었다.
약 11시 40분경 연천의 '신탄리'라는 곳에서 기차는 멈췄다. 오늘의 기본 1차 목적지인 신탄리에 도착을 한 것이다. 도착하자 마자 바로 분단의 현실이 눈 앞에서 전개되었다.
경원선 철도가 여기에서 멈추어 선 현실, 아이와 같이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는 철도 개찰구를 통과 우측으로 먼저가는 인파를 뒤따랐다. 아마 앞에 가시는 분들은 일행인 모양이다. 약 20여인으로 구성되고 아까보니 00 산악회라는 이름의 프랑카드를 앞에 지니고 나에게 역에서 촬영을 부탁하신 분들이다.
일행 중 리더격인 분이 잠시 설명을 하신는 틈에 앞질러 산행을 시작하였다.
농촌의 풍경이 잠시 보이고, 산 아래마을의 특징인 음식점이 몇 군데 보인다
아침녁인데도 닭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잘 생긴 토종닭인지 그 빛이 무척이나 화려하다.
조금 더 가니 산행입구가 보인다. 매표소가 있었고 그 곳은 '고대산폐기물수수료'라는 명목으로 1,000원의 요금을 내야 통과할 수 있었다. 상협이 몫으로는 500원, 단체분들은 별도로 내시고 일부는 제 3등산로로 들머리를 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2등산로를 들머리로 삼는다.
우리도 계획을 제 2등산로로 올라 칼바위, 정상 제 3등산로를 하산길로 코스를 그렇게 잡았길래 당연히 제 2등산로로 올랐다.
조금전에 발행받은 영수증에는 간단하게 고대산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에서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끝나는 종단점에 있는 최북단의 강원도 철원군까지 걸쳐 있는 산.
높이 832m.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멈춘 곳에 이 산이 솟아 있다.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25 때 격전지인 백마고지(白馬高地), 금학산(金鶴山:947m)과 지장봉(地藏峰:877m)·북대산(北大山)·향로봉(香爐峰)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기슭의 종자산(種子山)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산에 올라 북녁땅을 바라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산인 고대산(832m)-자료참조-

입구매표소의 안내판에도 이 고대산행로는 제1등산로, 제2등산로, 제3등산로로 되어있고 제2등산로의 들머리는 낙엽송숲을 주변에 거느린 임도처럼 느껴지는 세멘트포장도로가 한참을 이어진다.
포장길이 끝나니 갈림길이 나온다 제 1등산로로 가는 길이 우측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제2등산로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날이 포근하여서인지 점점 더위를 느낀다.
상협이가 먼저 점퍼를 벗어 배낭을 둘러맨다, 열이 오르니 그러는 모양이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는 약 2.8km 정도라는데 아이와 같이 가니 속도를 좀 낮추어 천천히 가야한다. 무엇보다도 안전산행이 최고이다.
12: 30 분경에 아랫녁에서 볼 때는 능선인줄 알았던 중턱의 말등바위 형의 바위, 양지녁에서 라면을 끊이고 집에서 가져간 김치를 곁드려 휴식 겸 중식을 하였다.
아이와 이런 저런 대화도 하고, 나는 별도로 커피를 한 잔하였다.. 산행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른다.
다들 안전산행의 메세지를 인사말로 나누며 헤어지고 만난다. 산행하시는 분들은 마음들이 모두 넓으신 분들이다. 간혹은 인사를 해도 무뚝뚝하거나 무반응이신 분들도 계신다. 아마도 처음 산에 오르시는 분들이실거란 생각이다.
얼마간의 휴식 후, 짜증을 슬슬 내는 상협이를 달래어, 다시 산행을 하였다.
왼쪽의 고대골을 거느린 말등바위와 이름모를 언덕을 두어 개 넘으니 가파르게 보인는 칼바위(능선)가 나온다.
처음길이지만 영락없는 칼바위다.. 북한산(삼각산)의 칼바위와도 많이 닮은 형상이다. 지금까지 오르던 코스를 미루어 보건데 고대산은 오르막이 심한 육산이었는데, 이런 일부 바위구간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금까지 약수터를 보질 못했다. 안내도면에도 없고 약수터라고 적힌 이정표도 없다
물을 많이 준비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된다.. 겨우 1,100ml와 포트의 더운 물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이 고대산은 또 물이 많지 않는 모양이다. 계곡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보이는 산세이다.
작은 돌탑이 보인다. 상협이도 나도 같이 주변의 작은 돌을 주워모아 올려본다. 무슨 염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습관적이다. 이곳에 왔음이니 남북의 평화통일이나 빌어보자.
제 2등산로로 접어들어 한참을 오르다 보니 길이 얼어 있어 미끄러운 것이 불편하다면 불편하달까. 이 칼바위능선길은 그래도 위험한것 보다는 흥미를 주는 능선길이다. 시원한 조망이 있어 더욱 좋은 것같다.
안전장치가 잘 되어있어 걱정이 적어진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는 즐거움도 있는 능선 암릉길이다.
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 짐작하건데 저 겹겹히 쌓인 산들, 저 너머가 북녁이라는 짐작도 쉬이된다
멀리 철원평야가 조망되기 시작한다.. 많이 올라온 모양이다.
솔개인지 새매인지 모르지만 한 마리가 무엇을 응시하는지 선회비행을 한다.
넓고 넓은 자연, 이 차거운 겨울 하늘에도 삶의 몸부림을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서서히 산능선에 도착하니 북녁땅이 보이는 산이란 이름이 말해 주듯이 여기저기 지하 빵카와 능선을 따라 많은 전투호가 옛날 그대로 또는 새로 단장된 채 줄비하게 줄지어 있었다
철조망 또한 어지럽게 사방으로 엉클러져 있어 6.25의 참상을 한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 이후에 사용하다가 철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산에 온다는 처음의 그 마음이 자꾸만 반복된다.
여기 능선에서는 이체로운 것은 폐타이어로 만든 길이 참 인상적이다. 길고 참호도 그렇고, 폐타이어가 이런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여기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약간 얼음이 낀 말등바위를 지나니 이제 무명봉이 나온다. 예전에는 국기봉이었을 터인데, 옛날의 헬기장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지도로 미루어보건데. 아마도 대광봉(827m)인가보다. 동남쪽으로는 금학산인듯한 큼직한 산록이 줄지어 서 있다. 언젠가는 가 보리라.
피곤한 다리를 어느 참호에서 쉬었다, 물은 다 떨어지고, 이제는 가지고 간 귤로 대용하여야 한다. 이런 당황스런 일이 벌어지다니.-나중에까지 잘 버티었다.-

조금가니 삼각봉(830m)이다. 작은 세멘트로 표지석이 있지만 아무런 글씨가 없다. 역시 군사시설이 중심이다, 군수용품 운반용인지 모노레일이 계속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폐타이어 계단길이 그 옆에 이어져 있다.
참 인상적인 느낌이 든다.
앞에 고대산이 보인다.. 평평한 정산, 아마 헬기장인가보다..
고대봉 정상에서는 차분하게 조망을 해보아야지, 분명 북쪽으로 백마고지와 철원평야가 잘 보이겠지라는 짐작을 눈치 채었는지 오늘 날은 카메라로는 잘 포착이 되질 않는다, 망원경의 신세를 질 수밖에.. 날이 많이 흐리지는 않지만, 상큼한 시야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 날이다.
백마고지 방향에는 멀리에 군부대 작은 경비초소가 보이고, 가슴 뭉쿨한 우리조국의 상징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헬기장 구석에 우리 육군 열쇠부대가 만들었다는 정상 포지석이-고대봉, 832M-통일의 기수 새천년 새아침 통일의 초석을 다지며 열쇠부대-라고 쓰여있었다.
고대봉에서 보니 북쪽으로 철원 평야가 제대로 펼쳐진다. 몇 곳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보이고, 누런 빛의 평야가 겹쳐지고 그리고 저 가운데의 산이, 저기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저산이. 백마고지인가보다.
6.25 격전지였던 바로 백마고지 낮에는 아군이 정복하고 밤에는 적군이 정복하기를 수십번 그과정에 수많은 군인들이 희생되었고 지금은 겨울이기에 누런색을 뛰고 있는 저산 산 전체가 폭격에 의해 풀 한포기 없이 하얗게 되었다해서 백마고지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넘어 저기 저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바로 북녁땅, 지금은 갈수 없는땅 인가 보다.
아이에게 설명을 하여주곤 같이 사진을 남겼다. 아이도 망원경으로 이리 저리본다. 많이 피곤하지만 산행의 기쁨은 바로 정상에 올랐을 때 99% 기억될 것같다.

고대산 태극기

청하 권대욱

칼바위 능선길을 멤도는 새매 한 마리
저 능선 끝 가면은 북녁땅 이라는데
겨울 바람 끝에 봄 소식 온다지만
달리지 못하는 철마는 울어 목이 쉴 것 같네
작은 돌탑에 통일의 소원 가득 싣건만
석양을 물들이는 피 빛 하늘은 어느 세월인가

작은 초소에는 찬연한 태극기 휘날리고
저 멀리 안개빛 철원평야 작은 구릉
백마고지에는 피에 맺힌 함성들리고
작은 호수에는 북녁소식 담은 철새있어
작은 아이 초롱임에 세월을 한탄하나
푸른하늘 맑은 날 우리야 엉켜 안아보리

녹슬은 철책은 저 언덕에 뒹굴건만
말 없는 소나무야 봄 바람만 기다리네
아이가 올리는 작은 돌멩이도 탑이 되어라
고대산 태극기는 석양에 홀로 날리지만
세월을 지킨 저 산록을 목메어 불러보니
통일의 그 날에는 뉘 손잡고 이리올꼬


남쪽 헬기장에서는 아까 역에서 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던 산우회원들의 시산제 모습이 보인다. 우렁찬 축문소리, 우리가 하산길로 나섰을 무렵에는 20여인이 함께 부르는 가슴 뭉쿨한 애국가가 장엄하게 들렸다.
3번 등산로에서 올라온 분들 말씀에 의하면 바닥이 얼어서 내려가기 위험하단다. 그래도 내려가야할 길이다.
페타이어 계단길로 내려가서 정상에서 보이던 군부대 아랫길인 하산길로 들어섰다.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던 어느 부부산객 중 아주머니가 두어 번 미끄러지고, 아이를 챙기다가 나도 그만 미끄러졌다.
아이젠을 착용하려니 그렇고 하여 그냥 하산하였더니 기어이 미끄러진다.
하산길은 도합 약 3.2km 쯤 된다.. 이정표는 마여울을 가르키고 계속하여 가니, 제3등산로라는 이정표가 간혹 보인다.
작은 개울이 나온다, 하얗게 얼어붙은 계곡길, 그리고 계곡 언저리에는 무수히 많은 상수리계통의 나무들이 줄을 지어 있고 단풍나무가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 계곡의 가을은 볼 만할 것이다. 아마도 다음에 단풍구경 와야 할것같다.
앞에 보이는 우뚝 솟아 있는 암봉, 나중에 보니 매바위 폭포(표범폭포) 옆의 바위이다.
바위가 적은 이 산에 저런 큰 암봉을 보니 참 특색있어 보인다. 정상부의 낙락장송들을 감싸안고 무얼 그리 하염없이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지? 넝쿨이 많은 숲속길, 상협이에게 다래넝쿨과 칡넝쿨을 가르쳐 주었다.
아직도 급경사길, 일부 구간은 밧줄을 잡고, 조심 조심하여 내려오려니 다리가 어지간히 아프다.
표범폭포(매바위폭포)는 그냥 지나쳤다.. 겨울이고 또 하산시간을 맞추어야 하기에 서둘렀다,
정작 가볼 것을 뒤돌아 서서 사진만 남겨두었다. 그래도 웅장하게 보이는데.
작은 개울의 얼음길을 몇 번 지나니 이제 하사길이 제법 평탄하다.
거의 다 내려온것 같다. 초행길이지만 그런 느낌이든다, 드디어 시야에 어느 시절의 막사인줄은 모르지만 군부대의 빈막사, 폐건물이 보인다. 전쟁의 상처인가? 아니면 용도폐기인가
이 산을 등산하기 전후에 느끼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계속 결부되어 진다, 이 또한 무슨 세월의 상처를 안고 있음이겠지.
드디어 제3등산로출구가 보인다. 완전한 하산길이다.
시간을 보니 방금 전에 의정부행 기차는 출발한 것 같아. 이제는 5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아이와 같이 길가의 붕어빵집에서 어묵을 같이 먹었다. 이렇게 먹어본 것은 참 오랫만의 일이다.
지나가시는 점잖게 보이시는 산객님이 웃으면서 붕어빵들이 붕어빵을 먹는다고 하신다..
부자간 원래 그렇습니다 라는 인사말로 대신했다. 콜라와 감귤음료를 수퍼에서 구입하고, 좀 기다린 후에 6시발 의정부행 통일호열차에 몸을 실었다. 피곤한지 금새 잠이 드는 상협이를 보며 오늘 산행길을 조용히 정리하여본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가슴 한켠에 뭉쿨한 것이 남는 하루 산행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