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말 / 배한봉
                        

바람 불고 어둠 내려서 길 잃었네
  
나무야, 너는 굳센 뿌리로 대지를 움켜쥐고

팔 들어 별을 헤아리겠지만, 나는

네 뿌리 밑으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길 잃은 슬픔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외로운 시간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나무야, 네 뿌리 밑으로 별의 푸른 밝음을 묻는다네



영영 결별 없는 사랑이 되기 위해

언 땅 위에서 아직도 집 짓지 못한 벌레의 집이 되고

동행 없어 외마디 비명으로 죽어 가는

바람의 친구가 되고

나는 이제 예감의 숲에

아프고 환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