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의 그림자를 밟으며

청하 권 대욱



그렇게도 모질게 내리던 초여름의 장마- 빗줄기는 기어이 열정을 다해 피워낸 꽃들을 처참히도 길바닥에 내동이를 치고야 말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그 말을 과히 실감나게 하게 하여 줌인가?
비 그치니 태양은 나름대로의 열기를 대지에 내리 꽂는다..
따가운 그 광선을 피할 겨을 없이 다만 너무도 맑아진 서울 하늘에 감사함을 가지며 자전거에 몸을 맡기곤 황학동 시장을 둘러보았다..
이왕이면 깊이 깊이 보리란 마음 먹고 점심은 아예 걸러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대문쪽에서 차곡 차곡 내려왔다.
하기야 이제 청계천을 복원시키려 공사를 하게 되면 응당 고가를 철거할 것이고 그 북새통이 고가 밑이 곳이 더 이상 지금의 흔적을 갈무리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니 나그네는 당연한 마음으로 황학동의 하나 하나를 기억 속에 담으러 하는 것이다.
오전 11시 경임에도 이미 많은 죄판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도 해가 뉘엿 넘어 갈때가지 계속되겠지만 눈 앞에 보이는것부터 보는 것이 상책이리라....
벼룩시장이라고 하여 그 규모를 홀대하면 안될 것 같다.
이름모를 문자로 표시된 나무장식물,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것일까?
한켠엔 어느 서양에서 건너온 것일까? 아마도 돈키호테가 입었음직한 갑옷- 아마 분명 돈키호테일것임-적당한 위치에서 시선을 끝다..
각종의 공산품을, 그리고 아마도 삼류는 될것같은 에로물을 담은 비디오가 나동그라지고 제법 시디(CD)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영상물도 간혹 보인다.
고서점에 잠시들러 책 내음을 맡아본다. 글자 그대로의 세월 내음이 확 묻어나온다, 후각도 잠시 놀라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역사가 녹아있음을 아는지....어느 시절을 날렷을 것 같은 축음기의 나팔이 하늘을 향해 큰 하품을 연신하여 댄다.
어린시절에 보았을 것만 같은 라디오 , 크기도 만만치 않은데 분면 트랜지스터 라디오이다....
어느 시골의 부엌에서 왔을까?
상당히 많은 옛 부엌 물건들,,그리고 놋그릇의 그 푸르른 녹들이 오늘 저 하늘빛에 견주려 함인가?
여전히 세월의 때는 저렇게 묻어 나오는 것인가보다.
언젠가 신었을 구두한 켤레에서는 개발의 흔적이 묻어 날듯하다.
떡판이 있고 새악시가 고운 머릴 빗었을 그 촘촘한 참빗도 한 두개 보인다.
안방의 그 훈훈한 마음들을 곱게 비추어 주었을 듯한 촛대, 서방님 먼길 수발하려고 새벽잠 깨어 다람
림질하였을 다라미, 이제는 그 아궁이가 초라하나 끈끈한 사랑내음이 난다,
육군 일병이 가지고있을 듯한 모든 군장비가 한쪽에서 제법 신품이라고 자랑하는 듯하다.
아마도 미군(?)일듯한 젊은이가 무심히 내려다 보며 이리저리 몸짓과 말짓(?)으로 물어본다, 아주 호기심이 많은 친구인가 보다...
기어이 나그네의 눈은 어느 불상과 각종 골동품(?)좌판앞으로 쏠린다.
어느 중년분이 연신 흥정을 하고....
관운장의 형상, 아마도 중국 어떤 분의 흉상인가 두 개나 제법 규모를 가지고 묵상을 하는 것 같다.
중국풍의 불상과 관세음보살상, 그리고 아마도 남방지역에서 건너왔음직한 부처님상도 보인다..
불자인 나그네가 아무래도 이 좌판에서 오래만 있을 것같다.
차마 흥정한 생각은 없다.
저 부처님은 저 자세로 이 부처님은 이 자세로 보살님의 입상과 좌상은 각기 이다.
처음보는 형상의 용 조각, 그리고 신장상도 있다..
그냥 그 바로보는 자애로눈 부처님의 눈길 한 번으로 이 황학동을 지키는 사람들의 미래를 기원할 뿐이니 말이다.



황학동 그림자
글 : 권 대욱 (淸河)


푸른 개울 감싸안고 찾아가고픈
황학동 구슬픈 바램을
오늘은 왠지 소리없이 우네
삶의 가여운 어깨가 떨리며
검은천에 흰 글씨 나를 드리우네


태고적 흔적을 담아내려 용트림하고
엄니의 엄니적부터 소중타 내려온
부엌 한 마당 놋그릇 두개
정다운 서방님 다람질할 새벽
아낙네는 눈물로 고이 세우며 우네


어느 절에서 오신 부처일레나
미소는 하 없어 구슬프다
옆자리 관음님은 천의무봉
아프리카 목각은 너무도 야위었나
어느 천년을 간직하려는고


포장마차 콩국수 얼큰한 막걸리
황학동에 그림자 드리워지고
오늘 밤을 지나면 언제오려나
고향길 더듬어 가고픈데
저녁놀은 홀로이 탄식하누나


----2003년 6월 28일 황학동을 둘러보며


오늘이 토요일이고 보니 내일 모래 이틀 후에는 그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이 좌판을 생활터전으로 하는 이 많은 사람들의 미래 또한 저 고향 모를 어느 조각상처럼 그 미래가 과히 푸근할 것 같지 않아 안스러울 따름이다 .
다만 오늘을 더듬어 내 뇌리의 기억 한켠에 남겨둔 황학동의 그림자는 다시 저 청계천이 복원된 후에도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 주길 기원하며 나그네는 집으로 향하여 페달을 밟으며 황학동을 뒤로 하였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