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oem5351.com.ne.kr그대 사람이 그립거든/李相潤


그대 사람이 그립거든
가창댐 길목에 서 있는 유황 오리집으로 가 보아라
오늘처럼 하늘에서 흰 눈이 잘게 잘게 내리는 날
바쁘지 않게
그 집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소나무를 잘라서 만든 둥근 식탁에
어깨가 따뜻한 원탁의 기사들처럼 둘러앉아서
마늘과 버섯을 곁들여 오리 고기를 굽거나
지붕으로 내리는 맨발의 눈 소리를 들으며
한 때나마 눈처럼 녹아 너에게 가 닿기 위하여
오늘 여기 모여 있는 우리들의 사랑이
얼마나 희고 깨끗한가를

옛날 가마솥에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는 솥 난로에는
연기도 없이 아득히 소나무 장작불이 타오르고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실내를 저음으로 채우며 흘러가는 유행가 가락에
생의 먼 날도 한 번쯤 그리워하게 되리

그러다가 문득 문소리 나거든
아무라도 가만히 고개 들고 한 번 바라보아라
누가 지금 막 산에서 내려온 한 그루 푸른 소나무나
눈이 맑은 산새처럼
어깨에 묻은 눈을 툭툭 털며 들어오는가를
여기 오는 사람 치고 어디 사람 아닌 사람이
하나라도 섞여 있는가를

그대 사람이 그립거든
가창댐 길목에 서 있는 유황오리집으로 가 보아라
맛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사람에 젖어 울고 있을 때
땀내 나는 손으로 가만히 네 어깨 두드리며 다가와
맑은 오가피주 한 잔 권해 주는 이 있다면
아아 우리는 모두가 눈 내리는 날의 순한 짐승이 되리
사람이라는 이름 고운 짐승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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