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조신모드로 돌입,

일찍 일어나는 건 습관이 되어 괜찮은데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건 영~

그래서 며칠전부터 착하게도 일찍 자리에 눕는 시도를 했었다.



첫 날은 11시 조금 넘어서 누웠는데 요즘 피곤해 그런지 아님 체력고갈인지

새벽에 한 번 깨긴 했어도 그런대로 숙면을 했다.

그런데 어제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뻔 했다.



샤워하고 컴퓨터도 켜지 않고 침대가 아닌 맨 방바닥에 누워

간만에 티비를 보며 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나?

생각은 자꾸 컴퓨터 방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귀찮고 피곤해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침대로 올라가 벌렁 누웠다.



보지는 않아도 늘 켜놓고 잠들던 평소 습관대로 어김없이 난 잠이 들었고

자다가 눈을 뜬 시간이 새벽 1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그때부터 정신은 시간이 갈수록 말똥말똥해지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힘든 새벽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온갖 감정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미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기도 했고

분노도 산처럼 쌓였다 스러져 갔지만

다행인지 이상하게도 그리움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새벽 4시를 넘기고 일어난 김에 컴퓨터나 할까? 하기도 했지만

오늘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부르려 애썼다.

다행스럽게도 난 잠이 들었고 알람소리에 5시 40분에 눈을 떴다.

잠을 설친 탓인지 몸은 무거웠고 머리속은 어수선했지만

움직이며 아침 공기를 마시니 그래도 상쾌했다.



리듬이 깨져버린 무절제 했던 2년이 넘는 혼란기를 지나

이제 규칙적이고 예전의 내가 들어 앉아있던 그 틀을 다시 찾으려 하는 요즘,

힘들고 쉽지 않은 시도지만 천천히 걸음을 떼는 지금의 내가 기특하다.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도 했고

포기라는 녀석을 택해 나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려 혹독하게 학대하며

지내온 긴 시간들을 이제는, 이제는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에 있어 바뀌거나 변화된 것은 없다.

다만 내 생각이 달라졌고 지금은 이렇게 돌아선 내 가슴을 사랑하고 싶다.

언제 또 나약하게 무너져 내릴지는 몰라도 이대로 가고 싶다.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던 지난 시간을 소중히 저만큼 남겨두고

그 아픈 껍질을 바라보며 힘들지만 어렵사리 내딛은 이 걸음을 멈추진 않으리라.



쥔 것도 없으면서 펴지 못했던 손아귀에 힘을 빼고

보이지도 않는 복잡한 감정들을 떨궈내지 못해 무겁고 고통스럽게

싸매고 있던 가슴도 털어내어 가벼워질 것을 맘먹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별 것도 아니었던 것을,

다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을,

나 혼자만 힘든 줄 알았던 바보였다.



잃을 것이 없기에 새로운 시작도 남보다 쉽게 할 수 있단 걸 모르고 살았던 바보,

지금 서있는 자리가 허공이 아닌 바닥이기에 차고 뛰어 오를수 있단 사실을

답답하게도 모르고 울기만 했던 바보,

보이지도 않는 끝을 보려 발꿈치를 들고 짧은 목을 길게 늘이는 내가 아니라

내 앞에 놓여진 현실을 직시하고 원없이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오늘이 되었음 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목매느니 차라리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고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