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흘날리는 날엔
긴 편지를 쓰고 싶었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먼 그대를 떠올리면서
나의 하늘은 좁은 슬픔의 광장처럼
비둘기 가슴을 키워 날리고
설레임 싣고 그대 가슴께로 달려간
벙어리 편지들만
깊은 밤하늘에 별이 되어 오리라
사랑한다는 표정보다
뒤돌아서서 하나의 촛불을 켜는 마음으로
웃음 지며 내일을 사랑해야지
그대와의 하늘을
슬픈 운명처럼 사랑해야지
부치지 못한 편지들
하지 못한 말
하지 않은 말
지상의 모든 소리가 멈추어진 밤
오직 빗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조분조분 말을 거는 듯
벙어리 편지들을 읽어주는 듯
하지 못한 말, 하지 않은 말들을 발화하는 듯
벙어리 편지를 쓴 사람의 냉가슴을 만져주는 듯
이제 장마라지요..
빗소리, 빗방울, 빗물, 비에 젖은 풍경..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워요
빗방울이 만드는 무수한 동그라미들,
사물들도 사람들도 물속에 잠긴 듯, 흐르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