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동행

 

 

/시현

 

 

누군가와 함께라면

나는 이제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올 때

지병처럼 가슴에 담고

숨겨온 나의 비릿한 전설들

무너지는 파편의 조각들로 

숨겨진 그리움을 사랑하며

난 이제 당신과 동행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걷는 길이

따스함으로 가슴에 퍼져갑니다.

거센 파도가 밀려듭니다.

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칩니다.

다가서는 시련 앞에

우리는 여리고 약합니다.

나를 비워내고 그대를 채워봅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임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혼자라는 사실에 몸부림치는

오늘 나는 당신의 가슴으로 흘러가는

따스한 온기에 녹아내립니다.

차고 넘치는 넉넉한 가슴으로

나는 내게서 젖고

당신에게서 젖을 수 있음을 사랑합니다.

당신과 나의 동행으로

새해 아침의 햇살은 눈부시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