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미루나무가 서있는 강 길을 걷는다.

  강 건너 마을에 하나 둘 흔들리며 내걸리는 불빛들.

  흔들리는 것들도 저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그래 불빛, 흘러온 길들은 늘 그렇게 아득하다.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그토록 나는 저 강 건너의 불빛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것이구나.

  바람에 흔들이는 나무들.

  흔드리며 손짓하는 그 나무들의 숲에 다가갔다.

  숲을 건너기에는 내몸은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리지 못했다.

  지나간 세상의 일을 떠올렸다.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들끓게 하였던 것들,

  끝없는 벼랑으로 내몰고 갔던 것들.

  신성과 욕망과 내달림과 쓰러짐과 그리움의 불면들,

  굽이굽이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굽이에서 끝난다.

  폭포,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버린다.

  다시 네게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꽃힐 수 있으냐.

  내리꽃힌 그 삶이 깊은 물을 이루며 흐르므로,

  고이지 않고 비워내므로 껴안을 수 있는 것이냐.

  그리하여 거기  은빛 비늘의 물고기떼,

  비바람을 몰고 오던 구름과 시린 별과 달과

  크고 작은 이끼들 산그늘마저 담아내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