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도

  잊고 있었구나

  끊겨버린 안부처럼

  아픔이 깊을수록 향기마저 깊어져

  혀 짧은 바람소리를 가슴속에 품는 산.

 

  서걱대는 댓잎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안으로 문을 잠근 채 밤새도록 뒤척이면서

  뼛속에 통곡을 묻는 너의 아픔 몰랐네.

 

  무시로 흔들고 가는 천둥 비바람에

  꿈틀대는 역심(逆心)의 칼 품꽃으로 달래는 줄

  몰랐네, 세상에 눈멀어 내 미처 알지 못했네

 

  그렇지 , 사람이면 새벽 산은 닮아야지

  캄캄한 시간들을 비수(匕首)처럼 등에 꽃고

  읽다 만 경전(經典)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