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가랑잎 하나

마루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우주 드넓은 세상

사람 짐승 풀 벌레

흙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 놓은 밥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거든

마루 끝에서 문간까지

마음의 능라비단도

널찍히 펼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