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거울
/시현
거울 속에는 내가 없소
거울 속에는 내가 있소.
내가 있는 거울과 내가 없는 거울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 버렸소,
떠나면 곧바로 돌아오고 마는 나를 찾을 수가 없소.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어설픈 사랑이 참사랑이라 말해두려 하오.
거울 속에 담긴 사랑, 꺼낼 수 없으니 말이오.
거울에는 거울의 사랑이 그렇게 있나보오.
슬픈 사랑을 위하여
나 하나님께 기도드리려 하오.
내가 없는 거울과 내가 있는 거울과
그렇게 사랑하는 것도 참사랑이라 말하려 하오.
거울 속에는 내가 있소.
거울 속에는 내가 없소.
박두진
어머니를 생각하며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 먼 하늘 오월 푸르름
그 속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얼굴
희끗희끗 희신 머리
이마에는 주름살
어글어글 크신 눈과 짧은 인중이
정정하고 인자한 옛 음성이
밥 먹어라. 등이 춥지 않니?
차 조심 해라. 너무 앞장 서지 말어!
에이그 쯧쯧! 몸 조심 하라니까?
시장하지 않니?
걱정스런 큰 눈에 여위신 얼굴
억세어진 손마디에 작달막한 키……
거울 속 머얼리서
가까이로 오시는
어머니의 그 음성과 어머니의 그 모습……
나도 희끗 머리 세며
여위어 가는 모습
하늘 먼 거울 속의 푸르름이 어린
내 얼굴 그 뒤에서 어머니가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