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연(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1915~2000)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지방선거가 끝났다. 저마다 지역을 위한 '연꽃'이 되겠다며 출마했던 입후보자 대부분이 섭섭하겠다. 당선자에게 표를 찍지 않은 유권자들도 낙선자 못지않게 섭섭한 아침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섭섭해하자.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가기만 하는 바람은 없다. 바람은 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