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연서

양종영

당신은
아침에 피었다 지고 마는 나팔꽃 이어라

연한 웃음으로 아침을 열어놓고 선
못내 햇살과 섞이지 못해
붉은 떨림으로 번지는 허공 속살 속으로
수줍은 듯 숨고 마는 당신

재가 되기 전까지는
온 밤 가슴 밑을 적시며
피워 내야할 생을 위해
가난한 담장위에 인내로히 뻗어 올린
억척스런 줄기 마디마디
손끝 아리도록 피워 준 삶들이
알알이 노고로웠던 당신

스러질 수 없는 최후의 노을빛 생
한 가닥까지 당시 옆에 서서
기대어도 좋을 유록으로
대 여섯 해 만이라도 푸르를 수 있다면
나팔꽃 당신을 위해
기꺼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