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엔 백설이 나리고

김대은

인적이 드믄 골짜기 고요가 숨죽이고
오실 님을 맞아 산 노루는 설랬구나
하얀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어둠
바람에 업여 나리는 함박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햇살 따라 피어오른 아지랑이는
봄을 그리는 대지의 전령이었구나
솜털 옷을 두른 산야
점잖은 미소로 광채를 뿜는다

늦 가을의 백설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왔구나
밤새 설친 잠에 천사가 왔더니
아침엔 눈 속 초대에
나이 꽉 찬 젊은이
설렘으로 눈 속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