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오랫만에 친한 후배와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식사하면서 화제가 지난번에 있었던 올림픽 한일야구전으로 옮겨 가면서,

그때 일본이 졌을 때 일본야구감독의 비장한 얼굴표정과 묘한 눈이 떠오르는데, 

그 감독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호~~뭐라 했는데) 종업원 보고 그 날자 일간신문을 좀 갖고

오라하여, 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끄집어 내어 끼고, 이리저리 찾아 보고 있으니까

 

후배의 말 "선배님! 아직까지 돋보기 끼고 신문 보십니까?"한다. 듣고 가만히 생각하니 이상해서

"이 사람아!  아직까지 돋보기 안 끼고 신문보느냐 하는, 눈좋다는 부러움의 이야기는 들어봐도

 아직까지 돋보기 끼고 신문보느냐 하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 무슨 뜻인가?"하고 웃으니,

 

이 후배의 이야기인 즉 "선배님, 이런 말 들어 보셨습니까?  왜, 인간이 나이 먹으면 잘 안보이고

잘 안들리게, 하나님이 눈과 귀를 만드신 이유를 압니까?  인간이 나이를 먹어 차츰 인생과 세상을

알게되면 작은 글, 작은 소리는 점점 볼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작은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큰 것만 보고 큰 소리만 듣고 살아라는 말입니다.

돋보기니 보청기니하는 것 끼지 말고, 보이면 보이는대로 안 보이면 안 보이는대로,

들리면 들리는대로 안 들리면 안 들리는대로, 살면 되지, 안 보이는것 보려고 돋보기끼고,

안 들리는것 들어려고 보청기끼고, 그렇게 오만데 신경쓰고 안달하고 살것, 뭐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겼다는 것만 알고 기쁘하면 됐지,일본야구감독 이름은 알아서 뭣하며,

몇대몇으로 이겼다는 점수 알아서 뭣하며 어디에 쓰 먹으려 합니까?" 이러는 거다

 

듣고 보니, 세상바라보는 내 모습이 좀 쫀쫀한 생각이 들어"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이제 우리 나이쯤에

이 세상살이 관조하면서 느긋하게 살아야지, 구석구석 속내를 드려다 볼 필요가 뭐 있나? 흘러가는 방향

이나 보면 됐지..., 오늘 자네한테 인생수업 톡톡히 받았네, 밥값은 내가 냄세하고, 카드를 종업원에게 주었다.

 

그래서, 오늘아침에 조간신문을 받아 보니, 그 후배의 말이 생각나, 평소와 달리 돋보기를 끼지 않고

쇼파에 앉아 신문을 펴니, 제목만 보이고 작은 글자는 희물희물하여 내용을 통 볼수가 없어 답답하여

평소습관대로 돋보기 끼고 화장실에 쪼구려 앉아 10여분간 신문구석구석까지 읽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것 안보고, 들리지 않는것 안듣고,

이 세상사와 인간사의 자잘한 것 신경 쓰지 않기로, 요즈음 내내 다짐 하고서도,

오늘 아침에, 또 돋보기 끼고 신문의 자잘한 내용까지 읽고 있으니, 이놈의 습관 어떻게 하나?

그러니 자꾸만 현실에 불평 불만 쌓이고, 보기 싫은 사람과 욕하고 싶은 사람 많아지고,열 내는 일들은

그렇게 보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젊은 시절, 왕성한 욕구와 열정으로 무엇이든 다 알려하고 보려하고 듣기를 원하며 매진함이 일반적 이지만,

현명한 젊은 이는  주요한 것, 큰 것 그리고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몰두할뿐, 주변의 자잘구레한 것에는

신경이나 눈을 돌리지 않으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지 않는다.

 

나이 먹으면, 세상사의 작은 일에는 무심하고 둔감해지라고 잘 안보이고 잘 안들리게 만들어 놓은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이 세상 바라보는 눈도, 일상에서 만나는 인간관계에서도, 사소한 것은 이렇다

저렇다 하지 말고,볼려고 들어려고 애쓰지도 말고, 그냥 모르는 체 넘겨 버리고 웃으며 살아야 할텐데...

 

그렇다!

살아보면, 이 세상의 모든 가정사나 사회생활이나 친구관계에서도 모르거나 못 보고 못들은데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알려고 보려고 들을려고 신경쓰는데서, 더 문제가 생기고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