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에 대한 패러다임 ♣


      오랫동안 유럽에서 생활하던 친구 하나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런던의 헤스로우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커피 한 잔 사들고 쿠키 한 봉지를 손에 든 그는 무거운 짐을 끌고
      빈 테이블을 향해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그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신문 너머로 보니 말끔하게 차려 입은 한 여자가 자기 테이블에 앉아
      쿠키를 자기 것인 양 먹고 있었다.
      아연실색한 친구는,
      그녀와 얼굴을 맞대기 싫어 팔만 쭉 뻗어 쿠키를 하나 집어먹었다.

      1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녀가 다시 쿠키를 먹고 있었다.
      쿠키가 마지막 하나 남았다.
      그는 화가 났지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쿠키를 반으로 쪼개 반쪽은 친구쪽으로 밀어 놓고,
      나머지 반쪽은 자기 입으로 가져간 후
      일어서더니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친구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비행기표를 꺼내려 가방을 연 그는,
      가방 안에는 쿠키 한 봉지가 들어있었다.  
      그는 그 여자의 쿠키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혹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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