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 Coulter - Green Leaves of Summer

 


 


ㅡ내게도 그런 여름이ㅡ


 


어스름 동녘이 밝아오면


이슬 머금은 사루비아 이파리


오늘은 한 두 망울 쯤 더 터지려나


어제 따 먹은 꽃 술 참 달더라


 


붉은 해가 논 배미 물들이면


벌써 해바라기 고개를 드누나


바알간 고추 잠자리야


벼슬 꽃 꼭대기에 앉아 젖은 날개 말리렴


 


서둘러 뒤울 안에 달려가니


싱그럽게 매달린 토마토 방울이


손 바닥에 올리지도 못 하겠더라


새콤한 물을 주욱 빨아먹고 어구 시어라


 


매미 소리 요란해 질 즈음 되면


맨드라미 바싹 말린 잠자리 채 만들어서


물방개 웅덩이에 왕잠자리 잡으러 나서야지


미류나무 늘어선 길 따라 그림자 밟기 놀이하며


 


나래 하얀 숫놈 왕잠자리 꼬리에 실을 묶고


노오란 호박 꽃 수술 칠해 암놈으로 만들어서


날려 놓곤 노래를 부르지...짱아야,짱아야!


널 달려드는 다른 숫놈 잡는 그 재미에...


 


내게도 그런 여름이 있었지....


 


쓰르라미 울어대는 키 큰 미류나무


올려다 보다 하늘이 노래지면...


얼른 빨리 자라고 싶었는지도 몰라


유난히도 작은 키가 서러웠는지도 몰라


 


신작로 길 가로질러 논두렁 따라가다


실 개울에 풍덩 빠져서 까르륵 비명쳐대고


거머리 입 속에 들어갔다고 우겨대면


동생 죽는다고 엉엉 울던 이쁜 누이야


 


줄 달음쳐 시골 학교 운동장 펌프밑에


날 뉘어놓고 찬 물을 퍼 부어주던


거머리 빠져나가라고 훌쩍거리던


그 이쁜 누이야...


 


해 거름에 집에와서


호되게 더 혼이나고 나면....


눈물은 다 마르고 가쁜 숨만 넘어왔지


고무신 한 짝은 언제 없어졌을까....


 


어두워진 마당 평상에 앉아


어머니가 쪄 주신 감자 한 입 넣고나면


그제서야 깊은 숨 길게 뱉어내고


얼굴 서로 흘겨보며 히죽 웃던 내 누이야


 


내게도 그런 여름이 있었지....


 


2006.7.11. mo'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