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목(碑木) ●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곤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 보훈의 달 6월에 ♣

1964년 백암산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는
따스한 석양이 빨간 단풍에 물들기 시작한 초가을 오후
순찰 중에 잡초만 우거진 비무장지대의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 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팻말처럼 보이는 썩은 나무등걸을 바라보며
그 돌무더기가 어느 무명용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전우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녹슨 철모와 이끼로 뒤덮인 돌무덤
그 옆을 지켜선 새하얀 산목련 속에서
초급장교는 돌무덤의 주인도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 무명용사였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화약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그 곳에서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비목"은 그렇게 채 꽃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탄생된 헌시입니다
이 시에 곡을 부쳐 탄생한 곡이
바로 국민가곡 "비목"입니다.

강원도와 화천군에서는
우리 국민의 애창곡 "비목"의 발생지인
백암산 기슭에 1995년 비목공원을 조성하고
1996년부터 매년 호국 보훈의 달 6월에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목문화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비목문화제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 추모의 자리이며
또한 평화적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국민 모두의 희망을 노래하는 평화의 자리입니다.
우리 모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옷깃을 여미는 애국의 마음을 가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 비목(碑木) - 메조 소프라노 백남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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