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맺힌 고드름 사이로
 뜨겁게 입김 불어내며
 하루종일 걸어오는 너를 보았어

 아침에 깨어난 그리움
 저녁이면 만날줄 알았어
 봄에 길을 떠났던 내 사랑도
 첫눈이 내리면
 눈꽃으로 피어날줄 알았어

 내 걸음이 너무 빨라
 혹시 너를 지나쳐버린 건 아닐까
 늘 불안 하였지만
 오던 길을 되돌아 가기에는
 나는 너무 멀리 왔구나

 가끔 의심 하였던 
 너와 나의 사랑에도
 별은 약속처럼 고정되어
 빛나고 있었던 거야

 너의 지난 가을은 뜨거웠다
 숨가쁘게 달려온 
 너의 그리움 속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움켜잡은 12월
 차라리 온세상 하얗게
 이별 없는 첫눈 속에 덮였음 좋겠어
 첫사랑으로 고동쳤음 좋겠어

 한번에 모두 이루어질 수 없겠지만
 멈출 수 없는 너의 사랑 앞에
 한 점 부끄럼 없는 모습으로
 단단히 뿌리 박힌
 겨울나무처럼
 길목을 지키며 기다릴테야.....
산머 루

겨울나무처럼 / 이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