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매는 할매되고

염매시장 단골 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 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염매시장 : 
대구 약전시(약전골목) 옆으로 나 있는
싸게 판다는 뜻의 재래시장 

글/허홍구

♪ 고향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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