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물고기/류시화


        나는 내 안에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안의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때로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이 부족하면 나는 물을 마신다.
        내 안의 물고기를 위해.

        내가 춤을 추면 물고기도 춤을 춘다.
        내가 슬플 때 물고기는
        돌 틈에 숨어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
        나를 응시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것.

        날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물고기를 행복하게 하는 일.

        나는 내 안에 행복한
        한 마리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