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시 현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처럼
책갈피 속에서
오랜 시간을 가슴으로 우는
그대를 만났네.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러
살포시 고개 내민 그대를
우리 어디만큼 떠나 왔는지
흘러가는 구름 속에서
못본 척  외면하고
지향없이 걸어왔네.

이별하고 돌아서서
그대를 멀리 보내고
시간속에 먹빛속에
그대를 지웠네.울음도 지웠네.
산다는게 이처럼
멀고 먼 길 가는 것임을

따로따로 걷는다는 것이
어깨를 맞대고 걷는 것보다
힘든 것임을 오늘 알았네.
오랜만에 펴든 책장 속에서
소리죽여 울고있는
나를 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