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점점 작아져

/시현

4월이 오면 그립다.
그냥 나는 그립다.
너무 그리워 말 못하고
봄밤으로 부질없이 타올라
어둠속을 첨벙이고 비틀거리면
나는 점점점점 작아져
지웠던 기억들이 밀어 올리는 파도에
쓰러져서 하얗게 출렁거린다.

그리움이라는 것
그리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
바람에도 밀리고 너의 눈빛에도 타올라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
나는 점점점점 작아져
바람 굽이치는 밤바다에 출렁이며
설렘의 파편들로  신음하고
神이 닦아놓은 길을 저벅저벅 걷는다.

이슬이 되고 밤이 되기 위해
성황당 쌓아올린 돌탑에 엎드려
손이 닳도록 조앙님께 기도하면
나는 점점점점 작아져
오늘밤 이슬이 되고 밤이 된다.
살아가는 일들로 
스스로 그리움 되어 기대고
점점점점 작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작아질 수 있다면.
(090411)